수영을 하면서 느낀 것. (feat. 나의 수영 역사)




2022년 7월 와이프와 함께 아침마다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수영을 잠시 배웠었기에 자유형, 배영, 평영은 할 수 있었지만 아주 어릴때 잠시 배운 것이라 호흡이나 자세는 엉망이었다. 그래도 배운게 있으니 중급반에서 시작을 했었다.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아 나름 반에서 실력도 있는 편이었다. (+예습의 효과) 

우리 반은 매 달 한 단계씩 올라갔는데 중급 - 고급 - 상급 - 안전 B - 안전 A 단계를 거쳐 5개월째부터 안전 A 반으로 계속 수업을 진행하였다. 우리 반에서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의 자세를 계속 잡아주었고 간간히 오리발과 스타트 연습도 하였다. 10개월을 꾸준히 수영을 다니면서 수영의 재미를 찾게 되었다. 제멋대로인 내 수영 자세를 하나하나 고쳐 가는 재미도 있었고 한번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거리가 조금씩 느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수영은 아주 좋은 취미였다. 하지만 와이프가 임신 중기를 넘어가면서 부터 나도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다.

윤슬이가 태어나고 100일쯤 되었을때, 나는 7개월 만에 다시 수영을 나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다니던 반에 그대로 등록 하였는데 그 당시 나와 수업을 듣던 사람들 중 몇몇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7개월만에 돌아가니 처음 1~2주는 죽을 맛이었다. 사람들은 7개월이란 시간동안 더 연습을 하고 실력을 쌓았을텐데 나는 오히려 뒤쳐져 있으니 그 갭이 상당했던 것이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2주 정도 지나자 나는 그래도 수업을 제법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다시 수영장에 돌아온지 3개월째,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반 선생님이 다른 시간대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몸매가 멋졌던 우리반 선생님은 자세도 잘 가르쳐 주시고 설명도 잘 해주셔서 좋았었는데 후임으로 오는 선생님은 모종의 이유로 물에 잘 안 들어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물론 나는 격어 본 적 없는 선생님이었지만 풍문에 휩쓸려 나는 평이 좋은 다른 선생님 반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그 반은 내가 듣던 안전 A 보다 한 단계 높은 교정 B 반. 걱정을 조금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나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수영장의 사정으로 인해 수업시간이 변경되면서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기존의 반을 계속 다니려면 아침에 훨씬 일찍 일어나야 하고 다른 반으로 옮기면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날 수 있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다른 반으로 옮기기였다. 그 반은 이번에 옮긴 교정 B 반보다 한 단계 높은 교정 A 반.

오늘로써 교정 A 반으로 옮긴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사실 그 일주일 동안 느낀 것을 적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수업이 강습이었다면 이 수업은 훈련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체력을 기르게 하겠다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훈련량을 적어놓은 스케줄표만 주시고는 우리는 그 표에 맞춰 돌기만 하였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로써는 정말 따라가기 벅찬 운동량이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쫒아가면서 드는 생각이 '나는 지금까지 참 적당히 살았구나.' 라는 것이었다. 내가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대개 한 분야를 꾸준히 파서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내게 그런 부분이 결핍되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손재주가 나쁜편이 아니다. 운동신경도 마찬가지. 그래서 뭐든 한 두번 해보면 얼추 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제법 능숙히 해내곤 했었다. 덕분에 금방 싫증이 났었다. 게다가 모든 능력은 계단식으로 향상 되는데 거기서 더 높은 단계로 가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느정도 선에서 대충 만족하며 다음 단계로 나가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았던 것이다. 뭐든 시작 한 뒤에 적당히 맛을 느낄 정도가 되면 '오케이. 이정도면 됐어.' 라는 생각으로 지나온 취미가 수두룩 하다. 마술, 사진찍기, 볼링, 스케이트 보드, 기타연주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에 교정 A 반 수업을 들으며, 화창한 오전, 숨이 턱턱 막히고 움직이지 않는 팔을 겨우 움직여가며 훈련 스케쥴을 쫒아가는 동안 드는 생각이 '지금까지 적당히 살아왔구나.' 였던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취미를 유지해 온 것은 보드게임을 제외하곤 없는 듯 하지만 보드게임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유흥의 영역이라 제하고 보면 수영이 유일하다. 1년 3개월째 수영 강습을 수강중이니 말이다. 나를 위해 약간의 변호을 하자면 내가 적당히 했던것은 어쩌면 흥미도의 차이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수영은 아직까지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으니 노력을 하는 것이고 다른 취미들은 조금씩 흥미가 떨어져서 점점 거리를 두게 된 것일지도. 흥미도의 차이이든 나의 의지 차이이든 어찌되었든 오랫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적당히 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생긴 것 같아 힘들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 생각으로 인해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성공 경험치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 만으로도 어제보단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도 해보고 싶은 취미들이 산더미 같다는건 함정.. 찍먹만 해 본 클라이밍, 프리다이빙 & 복싱, 항상 가슴속에 있는 요가.. 이것들만 해도 50까진 심심하진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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