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네 명의 시선, 네 가지 사실


예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봤을때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으나 다시보게 되니 예전만큼의 충격은 덜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


라쇼몽에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일에 관련있는 사람 둘과 귀신이 판관 앞에서 자신이 격은 일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남편과 부인이 길을 가다가 도적을 만났고 부인을 범하고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만 같을 뿐 셋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영화 말미에 목격자가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이 또한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나선 도적은 자신이 여성에 혹하여 남편에게 거짓말로 유인하여 결박한 후 여성을 범 하였다. 그러자 여성은 두 남자를 알고 있는 치부를 안고 살 수 없다고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며 살아남은 남자와 같이 살겠다는 말을 한다. 결국 도적은 남편과 치열한 결투를 벌이고 승리 한다. 뒤를 돌아보니 여성은 사라져 있었다. 라고 이야기 한다.

두번째로 여성이 진술한다. 자신이 도적에게 범해진 후 남편에게 다시 갔을때 남편은 누구보다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고 그녀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다 단도를 들고 실신했는데 그만 남편이 자신의 단도에 죽어있었단 말을한다.

세번째는 무당에 빙의한 남편의 원혼이 이야기를 한다. 도적이 부인을 범 한뒤 사랑을 고백하자 부인 또한 마음을 받아주어 함께 가려 하던차에 부인이 도적에게 남편을 죽여달라 부탁한다. 그 말에 기분이 상한 도적은 여성에게 화를 내고 여성이 도망가자 도적도 그녀를 쫒아 간다. 한참을 혼자 남아있던 그에게 도적이 다시 와서 여자는 놓쳤다고 말하고 그를 풀어주자 마음의 상처만 남은 그는 자결한다.

마지막으로 목격자의 말은 이러하다. 여성을 범한 도적이 사랑을 고백하자 여성은 말없이 묶여있는 남편을 풀어준다. 남자들은 자기들 끼리 해결하라는 여성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둘 다 흥미 없어 하지만 여성은 남자들을 부추겨서 결국 결투를 하게 한다. 하지만 결투는 도적이 말한것 처럼 치열한 전투가 아니라 구질구질한 아이들 장난 같은 싸움이었고 결국 도적이 남편을 살해한다. 그러자 여성은 무서워서 도망치고 기진맥진한 도적도 도망쳐 버린다는 이야기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가. 사실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실제의 현상과 부합하는, 거짓이 아닌 참.' 이라는데, 그렇다면 당사자 3인의 말은 실제의 현상(남자가 죽었다.)과 부합하고 자신이 격고 느낀대로 거짓되지 않게 말하는 것이라면 모두의 말이 사실 아닌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든다. 하지만 마지막 목격자의 말까지 듣고난 행인은 목격자에게 여성이 가지고 있던 진주가 박힌 귀한 단도를 어떻게 했냐고 추궁하자 목격자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이로써 목격자는 어떠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은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 또한 거짓의 일종이다. 따라서 모두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거짓을 말했을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 충격적이었던 점은 한가지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 모두가 다른 시선으로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있구나 라는 점이 그러하였다. 하긴 모두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켜켜이 쌓인 안경을 끼고 사실을 받아 들이니 그럴 수 밖에. 이 영화에서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중요치 않은 듯 하다. 감독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을 못 믿는 이곳이 지옥이라던 승려의 입을 통해 종국에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가질 수 있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서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feat. 노홍철형님, 이재은배우님. 영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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